독일 유네스코 유산인데 첫 번째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면,
두 번째는 유네스코 ‘산업’유산이다. 근대산업의 흔적이 문화유산으로 뒤바뀐 곳,
하고 말해 버리면 간단하다. 하지만 어떻게 탄광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뒤바뀌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런데 바로 이런 일이 독일 루르지방에서 일어났다.
* 랜드스케이프 파크 뒤스부르크-노드Landscape Park Duisburg-Nord *
독일 북서부의 루르 지방은 인구 500백만이 넘는,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이었다.
하지만 ‘루르’는 지명이나 행정구역이 아닌 산업지대 이름이다.
정리하자면 루르 지방은 에센, 오버하우젠, 뒤스부르크, 도르트문트 등의
여러 도시를 포괄하는 산업지대다.
‘라인 강의 기적’은 루르 지방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말할 정도로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예컨대 루르의 석탄 산업은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할 정도였다.
색색의 조명이 화려하게 제철소를 비춘다.
어둠 속에서도 거대한 제철소의 위용이 대단하다.
랜드스케이프 파크의 과거는 버려진 제철소다.
왕년의 번영을 일군 굴뚝 산업은 세월이 흘러
사양 산업이 되고 제철소는 아무 쓸모가 없어졌다.
하지만 80년대 말, 공장을 재활용해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10년 후인 2000년 마침내 랜드스케이프 파크가 문을 열었다.
‘재활용’이란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랜드스케이프 파크는
기존의 공장 시설을 무턱대고 부수고 철거하는 대신 그대로 이용한다.
그런데 제철소를 어떻게 이용한단 말인가
여기서 내 상상력은 좀체 나아가지 않는다.
이름은 ‘공원’이지만 내가 떠올리는 공원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불 꺼진 용광로는 전망대로, 굴뚝이나 창고는
암벽등반 코스로 변했어요. 여기서 개발된 등반코스만 해도 400개가 넘어요.
수준도 다양하고요. 가스탱크는 다이빙을 즐기는 풀장으로 바뀌었는데
사람이 만든 풀장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커요!”
가이드의 말대로 제철소가 놀이기구, 테마파크로 변했다.
제철소에서 등반과 다이빙을 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성인 남자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파이프는 미끄럼틀이 되었다.
한밤에 파이프 미끄럼틀을 직접 타 보면서 빠른 스피드에 놀라 나도 모르게 어어,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60만평이 넘는 공원이니 공연이건 무엇이건 어떤 이벤트라도 못할 게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리저리 늘어선 거대한 제철소의 외관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니 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색색의 조명이 제철소를 비출 때면
랜드스케이프 파크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미래 도시처럼 보인다.
밤이 되자 랜드스케이프 파크는 더욱 화려해졌다.
쇳가루가 날릴 것 같은 ‘산업시대’라는 매우 비현실적이고 장대한 광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