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맞이 오대감 설잔치, 뒤죽박죽 옛날이야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첫 아침을 맞는 설이 코앞이다. 삼국시대 때 처음 설맞이를 행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설은 여전히 한민족의 대표명절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설엔 오랜 시간에 걸쳐 전래돼온 민속놀이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유년 설을 맞아 전국 각지 주요 관광지에서 다채로운 민속체험을 준비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 민속체험을 즐길 수 있는 장소 다섯 군데를 소개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마을의 모습을 한 곳에서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설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관광지마다 윷놀이, 연날리기 같은 전통놀이부터 풍물놀이, 국악, 판소리 등 전통 예술 공연까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또한 떡국, 부침개, 전통주 등 명절날이면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도 준비돼 있다. 설 연휴 동안 진행되는 민속체험은 대부분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설날 당일에는 무료입장도 가능하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함께 가장 전통적인 공간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보내는 설은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조선시대 전통가옥의 모습을 간직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1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세시맞이 오대감 설잔치’ 행사가 열린다. 선조들의 차례 예절과 문화를 바로 알기 위한 차례상 차림을 해설과 함께 무료로 볼 수 있으며, 사랑채에 준비된 공동 차례상에서 관람객 도 함께 차례를 지낼 수 있다.
설 당일에는 방문객에게 무료로 떡국을 시식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했다. 한옥마을 마당 에서는 팽이 및 활 만들기, 팔씨름 대회 등 민속놀이와 전통 규방공예 및 한지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
남산 국악당 천우각 마당 야외무대에서는 오후 2시와 4시에 민요, 봉산탈춤, 강강술래 공연이 펼쳐지며, 특히 전래동화 ‘해님 달님’을 해피엔딩으로 재구성한 공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는 아이를 동반한 관람객에 한해 입장권을 할인받아 관람할 수 있다. 남산한옥마을 공연기획팀 박인혜 팀장은 “오대감 설 잔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설의 의미와 풍습을 되새기고 고유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서해안 방어에 중추적 역할을 한 서산 해미읍성에서는 여러 가지 체험 행사로 흥을 돋울 예정이다. 1월 28일, 29일 양일간 펼쳐지는 ‘설맞이 민속행사’에서는 전통놀이인 제기차기, 투호놀이,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 방식인 국궁 체험과 마차에 올라 해미읍성을 관람할 수 있는 꽃마차 체험은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민속체험뿐 아니라 전통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사물놀이와 줄타기 공연을 비롯해 해미읍성 진남문에서 조선시대 수문장의 근무 모습을 재현한 수문장 근무 시연도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현장에서 직접 만든 인절미, 손두부, 고구마를 시식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서산시 문화시설사업소 권태완 주무관은 “해미읍성에서 제공하는 민속행사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이 고향의 정을 느끼고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일제강점기 일본 상인들에게 대항해 조성한 이래로 전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한옥마을 내 어진박물관 경기전을 설 당일 무료로 개방한다.
전주전통문화회관에서는 선착순으로 16개 팀을 모집해 가족대항 윷놀이를 진행하며, 전통문화회관 조리체험실에서는 전주의 대표음식인 비빔밥을 직접 만들고 시식해볼 수 있다.
설 당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설맞이 특별 공연, 판소리 인형창극 ‘뒤죽박죽 옛날이야기’도 볼거리다. 한벽극장에서 열리는 ‘뒤죽박죽 옛날이야기’는 관람료를 1000원 이상 내기만 하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전주시 전통문화과 최경국 주무관은 “설 연휴기간 중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식품위생업소 특별지도점검을 마쳤다”며 “한옥마을뿐 아니라 전주 주요 관광지에서 설맞이 행사를 다채롭게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방문해달라”고 말했다.
전국 민속마을 중 유일하게 초가마을로 이뤄진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설맞이 민속체험장’이 열린다. 낙안읍성에서는 낙안 지역에서 전해 져오는 ‘낙안군악’을 비롯한 국악 공연을 펼 칠 예정이다. 낙안군악은 전라도 굿에 속하 는 평사리 농악으로, 지신을 밟는 매귀를 통 해 모든 잡귀와 잡신을 몰아낸다는 의미에서 ‘매굿’ 또는 ‘매구’라고 불린다. 조선시대 낙안부의 군수를 지낸 임경업장군이 왜적을 물리치고 성을 방어하기 위해 농악으로 굿을 한 것에서 유래한 낙안지역의 향토 음악이다.
전통공연뿐 아니라 민속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윷놀이, 단체 줄넘기, 투호놀이, 굴렁쇠 굴리기 같은 전통놀이와 조선시대 민가에서 사용하던 민구(民具) 체험, 전통 복식 체험 및 짚물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
순천시 낙안읍성사무소 양영희 주무관은 “설 연휴 동안 한복을 입은 관람객은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특히 설 당일에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의 주 무대인 하동 악양면 평사리에 위치한 최참판댁은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통민속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참판댁 안채 마당에는 민속놀이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윷놀이, 투호놀이, 굴렁쇠 굴리기, 팽이치기 등 전통 민속놀이를 할 수 있다. 또한 행랑채 마루에는 다듬잇돌 위에 천을 올려 홍두깨로 두드리는 다듬이질 체험장을 마련했다.
한편 설 당일인 1월 28일부터 정월대보름 인 2월 11일까지 ‘소원문 쓰기’ 행사를 진행한다. 작성된 소원문은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 때 달집에 매달아 하늘로 날린다.
하동군 문화관광실 정우진 주무관은 “하동을 찾는 귀성객과 관광객을 위해 최참판댁을 설 당일 무료개방하기로 했다”며 “전통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문화를 즐기는 것도 설을 뜻깊게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