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씨 집안의 가족사에 담긴 20세기 한국 현대사!
우리 민족이 일본 제국주의에서 해방된 이후 한반도에 몰아친 비바람들, 한국전쟁, 4·19, 5·16, 5·18, 6·10을 보고 겪은 작가 김훈. 김훈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공터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등을 거쳐 국가권력이 옮겨가는 것을 목격하며, 그에 따라 영광은 작고 치욕과 모멸은 많은 우리 삶의 꼴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자전적 경험을 실마리로 집필한 작품이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을 마씨(馬氏)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들의 삶을 통해 이야기한다. 일제시대, 삶의 터전을 떠나 만주 일대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겪어낸 파란의 세월,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시간과 연이어 겪게 되는 한국전쟁, 군부독재 시절의 폭압적인 분위기,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운명,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 세상을 떠도는 어지러운 말들을 막겠다는 언론통폐합, 이후 급속한 근대화와 함께 찾아온 자본의 물결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사건들을 마씨 집안의 가족사에 담아냈다.
북한산 서쪽 언저리 바람받이 마을에 살고 있는 마동수는 3년째 암 투병 중으로, 전방 GOP에 복무 중인 상병 마차세가 정기휴가를 받고 집에 와 잠시 여자 친구를 만나러 외출한 사이에 홀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상태였고, 그의 아내 이도순은 연탄 두 장을 들고 얼어붙은 산비탈을 오르다 넘어져 고관절에 금이 가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베트남전쟁 참전 후 전역해 괌에 정착해 있는 첫째 아들 마장세 대신 마동수의 장례는 둘째 아들 마차세 혼자서 치르게 된다. 장례식에는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의 옛 동지라는 남자들이 찾아와 술판을 벌이고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을 지껄인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마동수는 열 살 위의 형 남수가 미국 국회의원단의 행렬을 보러 나갔다가 일본 경찰에게 잡혀 밤새 매를 맞은 남산경찰서 앞에서 형을 기다렸던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59년 전 그날 새벽, 마동수는 남산경찰서 뒷골목 해장국집의 누린내 나는 김 속에서 국밥을 먹던 피투성이 사내들의 허기와 괜찮다, 너 돈 가졌냐, 밥 먹자, 배고프다던 형의 목소리와 함께 마지막 며칠을 견딘다. 어린 나이의 마동수에게도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변변치 않은 집안 살림임에도 일본 유학을 준비하던 고등보통학교 출신의 형 남수가 일본 경찰들에게 매 맞고 난 다음 친척집에서 요양하다 갑자기 사라진 지 10년 후, 동수는 형의 연락을 받고 서울에 어머니를 남겨두고 길림으로 향하는데…….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을 마씨(馬氏)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들의 삶을 통해 이야기한다. 일제시대, 삶의 터전을 떠나 만주 일대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겪어낸 파란의 세월,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시간과 연이어 겪게 되는 한국전쟁, 군부독재 시절의 폭압적인 분위기,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운명,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 세상을 떠도는 어지러운 말들을 막겠다는 언론통폐합, 이후 급속한 근대화와 함께 찾아온 자본의 물결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사건들을 마씨 집안의 가족사에 담아냈다.
북한산 서쪽 언저리 바람받이 마을에 살고 있는 마동수는 3년째 암 투병 중으로, 전방 GOP에 복무 중인 상병 마차세가 정기휴가를 받고 집에 와 잠시 여자 친구를 만나러 외출한 사이에 홀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상태였고, 그의 아내 이도순은 연탄 두 장을 들고 얼어붙은 산비탈을 오르다 넘어져 고관절에 금이 가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베트남전쟁 참전 후 전역해 괌에 정착해 있는 첫째 아들 마장세 대신 마동수의 장례는 둘째 아들 마차세 혼자서 치르게 된다. 장례식에는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의 옛 동지라는 남자들이 찾아와 술판을 벌이고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을 지껄인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마동수는 열 살 위의 형 남수가 미국 국회의원단의 행렬을 보러 나갔다가 일본 경찰에게 잡혀 밤새 매를 맞은 남산경찰서 앞에서 형을 기다렸던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59년 전 그날 새벽, 마동수는 남산경찰서 뒷골목 해장국집의 누린내 나는 김 속에서 국밥을 먹던 피투성이 사내들의 허기와 괜찮다, 너 돈 가졌냐, 밥 먹자, 배고프다던 형의 목소리와 함께 마지막 며칠을 견딘다. 어린 나이의 마동수에게도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변변치 않은 집안 살림임에도 일본 유학을 준비하던 고등보통학교 출신의 형 남수가 일본 경찰들에게 매 맞고 난 다음 친척집에서 요양하다 갑자기 사라진 지 10년 후, 동수는 형의 연락을 받고 서울에 어머니를 남겨두고 길림으로 향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