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출판된 여행 에세이를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이게 무슨 뜻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목에서 말하는 '나'라는 존재가 독자에게 자기 자신인지
아니면 여행을 떠난 작가를 말하는 건지 헷갈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여기서 '나'라는 것은
작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 되는 말인 것 같네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다거나 홀로 장기여행을 해본 사람들 처럼 말이죠.
이 책은 김동영 작가가 MBC 라디오 음악작가로 근무하다가
해고 통보가 내려지고 난 다음에미국 횡단을 테마로 떠난
230일 간의 미국 여행에 대한 기록입니다.
스물 아홉,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직장을 잃고 떠난 여행이라서 그런지
책 전체 분위기는조금 어둡고 우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는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동질감입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저에 대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여행을 떠난 작가를 보면서
나도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가만히 세상탓을 하거나 우울에 빠져 있는 것 보다
'여행을 떠나자. 나를 환기 시키자 !'라는 다짐을 하게 해준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있다면 사진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외롭다는 겁니다.
미국을 횡단하다보니 아무 건물없이 길만 나있는 사진이 종종 있었는데
사람도 없고 건물도 없고 심지어 이정표도 없다보니까
뻥 뚫린 것 같이 시원한 기분이 들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책의 분위기와 사진의 분위기가 잘 어울리기 때문에 더욱 좋은 것 같네요.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혼자 있다보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데,
가끔은 남들 앞에서 말하기 창피한 망상 같은 것들도 있을 텐데요.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게 이 책에는 그런 생각들까지
담아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려놓기로 결정하고 쓴 것 같다는 느낌
멋진 말 멋진 말 멋진 말! 을 찾아 헤매는 다른 작가보다는
라디오 작가를 통해서 쌓인 내공을 통해 부드럽고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표현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김동영 작가의 별명은 생선이라고 합니다. '생선 김동영' 이렇게 말입니다.
별명이 왜 생선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작가, 사진가, 작사가, 음악 작가, DJ, 뮤지션 이 모든 일을 하는 김동영씨를
하나의 직업으로 부를 수 없기 때문에 생선 김동영이라는 별명이
참 어울린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동의합니다!
아무튼 지금 우울한 기분을 달리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