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
나는 마음이 축 쳐지는 것을 느꼈다.
난 은근히 어젯밤 그 사건 즉 언덕길 아래 교차로에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나말고도 누가 알고 있어주길 기대한지도 모른다.
공유란 좋은 것이니까. 혼자 덜 무서우니까.
오늘 수업이 끝날때까지도 어젯밤 내가 본 것을 보았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여 보았다.
혹시나 내가 본 것이 인터넷 어디에서 정보가 올라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그런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짜잔."
경호가 날 보라는 듯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아 제발. 안그래도 머리 아픈데. 쟤까지 왜 저런담.
"경호야. 좋은 말 할때 꺼저 줄래."
경호 똘아이. 그는 내 심정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듯 보였다.
"울라울라 울라울라"
바보짜슥.
경호는 내 앞에서 울라울라 춤을 추고 있었다.
저 녀석은 초등학교로 다시 되돌려 보내야 하는게 맞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미경이가 말한다.
"경호는 정말 너를 좋아하는 가보다. 잘 해줘라."
미경이를 잘 아는 나로서 미경이가 나에게 욕하는 게 아니란 걸 난 잘알면서도 왠지
나에게 욕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이상 여기 있다간 미칠것 같았다.
나는 복도로 나가려 하는데 경호는 짱구춤 울라울라 춤을 추면서 나를 뒤따르는 것이다.
나의 대폭발이 있었다.
한번도 그러지 않았는데....
이제까지 단 한번도 그러지 않았는데....
나는 울라울라 그리고 있는 경호의 복부를 냅다 발로 찼다.
헉.
경호의 외마디 비명 그리고 반 아이들의 시선 집중 고요함이 물려왔다.
정말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폭력이라는 것을 감히 행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폭력이라는 것을 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차고는 못배길 지경이었다.
경호가 앞으로 꼬꾸라지면서 외마디 비병에 쓰려졌다.
나는 잽싸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떠나고 교실을 나가려는 차에 뭔가 둔탁한 것에 부딪혔다.
나는 뒤로 엉덩 방아를 찧었다.
책 같은 것이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뭔가 보니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교실 내에서 이렇게 뛰어 다니면 안되지."
"아.네. 죄송합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 하는데 어딜 가려고 하지"
나는 이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게다가 되게 미남이었다.
"아..네..."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경호는 자기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근데 좀 전 나와 부딪힌 남자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교실 내가 술렁인다. 당연히 처음보는 사람이 교탁 위에 올라서니 그럴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애 중에 경호 만큼이나 똘아이가 하나 있는데 그애가 손을 들어 묻는다.
"저. 실례지만 누구신지"
그러자 그 미남 청년은 웃으며 말한다.
"나는 새로 부임한 수학 선생님이야."
"우와."
순간 반 전체가 들썩인다.
옆에서 미경이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우와. 깡다구 수학 선생님이 그만두고 새 수학 선생님이 오신다고 했는데.. 정말인가 보다.. 게다가
정말 잘생기셨어. 어쩜 좋아."
나는 속으로 정말 잘생겼다. 하면서도 미경이에게는 안그런척 한다.
"뭐냐. 난 별로구만. 난 저런 스타일은 별로야."
그러나 속으로는 딱 내 스타일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