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에서 나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과연 피를 흘리고 죽은 남자는 누구일까 궁금했다.
물론 죽은 사람이 아닐수도 있었다. 그냥 피를 흘리고 누워 있는 사람일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다시 그 장소로 가서 한번 확인해 볼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감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버스가 올때까지 나는 그렇게 망설였다. 갈까 말까.
그리고 버스가 드디어 저 멀리서 정류장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를 타기보다 그 자리에 다시 가보기로 하였다.
자박자박 그녀 발자국 소리 밖에 없는 음산한 거리다.
앗.!
텅비었다.
아무도 없다. 분명 한 남자가 피를 흘리고 쓰려져 있었는데 흔적조차 없다.
핏자국도 없다.
좀전 나는 뭘 본걸까.
내 머리 속은 어지러웠다. 분명 누군가가 쓰려져 있었는데...아마도 그 사람은 죽은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저 잠시 그거에 쓰려져 있었거나 아니면 이미 누군가가 그 사람을 도와주어서 병원으로
갔거나 한모양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이 다시 환해져 오는 것 같았다. 괜한 걱정을 덜은 기분이었다.
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다시 갔다.
집에 오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녁을 이미 드시고 계셨다. 나도 끼어서 저녁을 먹었다.
먹는 내내 오늘 내가 겪은 일 두가지 즉 샤넬 넘버 5 향수를 구한 것과 어떤 사람이
쓰려져 있다는 것 중 한가지만 말했다.
바로 샤넬 넘버5 향수를 주운 이야기만 했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얘 더럽게 주워서 쓰려고 그러니..."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럼. 엄마가 하나 사줘. 그럼.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을께."
그걸로 이야기는 쫑났다.
밥을 먹고 좀 공부를 하다가 그날은 그냥 잤다. 물론 의혹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일단
자기로 하였다.
다음날. 핸드폰 알람 소리에 나는 깼다.
으응.
나는 기지개를 켜면서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머니의 얼굴이 방문 틈으로 보인다.
"얘. 빨리 밥먹고 학교 가."
어머니의 표정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하긴 오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까운데로 여행을
가기로 하셨다. 물론 당일 치기지만 엄마 아빠는 벌써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그런 엄마아빠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
얼마나 생활에 매여 살았을까.
물론 우리 집이 남에 비해 못사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가정 제대로 살아가게 하려는 엄마아빠의 피나는 노력에 인정하는 편이다.
"그래. 나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나는 절로 이런 혼잣말을 내놓고 학교로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제 사람이 쓰려져 있었든 것으로 보이는 교차로 코너를 지나왔지만
그곳에는 누구도 쓰려져 있지 않았다. 경찰이 지키거나 하는 흔적도 없었다.
학교 정문 앞에는 등교하는 우리 학생들로 인산인해였다.
정문 앞에서는 선도부 선생님께서 큰 덩치로 서 계셨다.
나는 무사히 학교 정문을 통과하였다.
"소라야."
누가 내 이름을 불러서 뒤돌아 보았다.